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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책 리뷰 2018|[빅이슈 179호] 감독 '백승화' 인터뷰


Editor : 염은영 / Photographer : 정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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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모하는 일에 끝이 있어도 괜찮아요"
감독 백승화.

서울배리어프리영화제 / Daum
1)
백승화 감독의 <걷기왕>은 '순위 매기기'의 문제의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완주'에 대한 문제의식에 가닿는다.
그가 던지는 메시지는 '중도 포기의 미학',
'당신의 힘이 여기까지면 딱 여기까지만.
굳이 완주할 필요는 없습니다.'라고 영화를 통해 우리를 다독인다.


2)
<걷기왕>에 이어 <오목소녀>로 돌아온 백승화 감독은 변하지 않았다.
'져도 좋아'가 아니라
'져도 즐거워'가 될 수 있는 시선을 새로이 탑재하도록 돕는다.

영화 '오목소녀' / Daum 영화
3)
<걷기왕> 이후 주변에서 "남성 주인공의 이야기가 투자를 받기 쉽다"는 조언을 종종 받곤 했다.
그러니까 더 반발심이 생기더라.
이제까지 자연스럽게 여성 주인공의 영화를 만들었다면, 앞으로 좀 더 의식적으로 여성 주인공을 전면에 세운 이야기를 더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영화 걷기왕 포스터 / Daum 영화
4)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서 극중 영남의 캐릭터는 아이라고 무시당하는 것을 싫어하는 인물이고, 버릇없다기 보다는 어른들 사이에서 동등하게 대우받고자 반말을 서슴없이 뱉고, 또 '어리다'는 사실을 결코 무기로 휘두르지 않는 아이다.


5)
과정이 '좋든 나쁘든',
결과 역시 '좋거나 나쁘거나'
어떻게 해도 결과의 가능성이 두 가지라면,
나는 '과정이 좋은 것'을 택하는 게 맞다고 믿는다.
내가 위계의 꼭짓점에 있다 해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이용해 내 마음대로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자기 맘대로 하고 싶으면 영화는 못하는 거라고,
혼자 그림을 그려야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6)
영화는 기본적으로 공동 작업이다.
스태프와 배우들이 서로 자기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상충하는 부분은 논의와 합의를 거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 영화다.
그 과정을 생략하고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나.

영화 걷기왕 / Daum 영화
7)
<걷기왕> 이후 가끔 영화감독을 꿈꾸는 지망생들을 위한 강의에 초빙되곤 했는데,
그때에도 강조했던 이야기는
감독으로서 소양을 키우는 데 집중하라는 것이다.
레퍼런스나 이론을 공부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지금의 젊은이들은 영상 세대로서 태생적으로, 후천적으로 영상 매체를 다루는 감각이 우리 세대보다 훨씬 뛰어나다.
그러니 이 부분에서 확보한 시간을,
포용을 기반으로 한 대화의 기술을 익히는 일에 할애했으면 좋겠다.
이런 소양을 쌓는 일이 영화감독이 가져야 할 덕목 중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믿는다.


8)
<걷기왕>과 <오목소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남순아 감독은 영화진흥위원회의 성희롱 예방 교육 강사 교육을 수료해 해당 내용의 강의에 힘쓰는 강사로도 활약 중이다.
'권력이 어디서 오느냐'에 대해 스태프들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


9)
꾸준하게 한 사람이 결국 잘되더라는 것이다.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나도 잘 모르겠다.
알아서 좋은 기회를 만나곤 했던 사이클이 운 좋게도 꾸준히 있어왔다. 어떻게든 되겠지.

매거진캐스트 / Naver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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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The Big Issue Korea 179 ;
2018 May 15 ; P 60-65.